형태발생물질에 반응한 유전자 발현이 세포운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장 잘 연구된 사례로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의 체절형성을 들 수 있다. 초파리의 체절들은 서로 다르다. 초파리 성체는 앞쪽의 머리(여러 개의 체절이 융합되어 형성), 3개의 가슴 체절, 그리고 뒤쪽 끝에 있는 8개의 배 체절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체절은 몸의 서로 다른 부위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더듬이와 눈은 머리 체절에서 발생하고, 날개는 가슴체절에서 발생한다.
수정란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Drosophila의 생활사는 상온에서 약 2주가 소요된다. 알은 부화하여 유충이 되고, 그 후 번데기를 형성하며 마지막에 성체 파리로 변태한다. 수정 후 약 24시간 무렵 유충이 나타나는데 이때 체절을 확인할 수 있다. 가슴과 배의 체절은 모두 비슷하지만, 성체의 서로 다른 체절이 될 세포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다른 생물처럼 Drosophila의 수정란 역시 일련의 신속한 유사분열을 한다. 하지만 최초 12주기의 핵분열은 세포질분열을 수반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세포성 배아 대신 다핵체성 배아가 형성된다.
세포막이 없기 때문에 형태발생물질은 배아 안에서 쉽게 확산된다. 여기서 우리는 수정 후 최초 24시간에 일어나는 결정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매우 자세하게 일어나지만 대략적인 개요만 살펴볼 것이다. 이 과정들에 대한 설명에서 생물학자들은 다음의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답에 접근하고 있다.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복잡한 생물이 발생하는가?
생물학자들은 실험 유전학을 이용하여 세포운명 결정을 초래하는 사건들을 설명하였다.
- 첫째,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예를 들어, 어떤 돌연변이 계통은 2개의 머리를 가졌거나 체절이 없는 유충을 생성할 수 있다.
- 그런 다음 돌연변이 초파리와 정상 표현형의 초파리를 비교하여 발생학적 실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와 그 단백질 산물을 분리하였다.
- 마지막으로 유전자 실험(형질전환 파리 제작)과 단백질 실험(알이나 배아에 단백질 주입)을 실시하여 예정된 발생 경로에서 이들의 역할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통해 수정 후 24시간 내 각 체절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전자 발션의 놀라운 연쇄 경로를 밝혀냈다.
- 모계영향유전자(maternal effect gene)는 알의 주요 축(앞-뒤 축과 등-배 축)을 설정한다.
- 체절형성유전자(segmentationi gene)는 각 체절의 경계와 극성을 결정한다.
- 혹스유전자(Hox gene)는 특정 위치에서 생성될 기관을 결정한다.
모계영향유전자
성게의 알과 초기 배아처럼 Drosophila의 알과 유충도 세포질 결정인자가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 결정 분자들은 모체의 난소 세포에서 전사된 특정 모계영향유전자의 산물이다. bicoid와 nanos라 부르는 두 모계영향유전자는 알의 앞-뒤 축 결정에 관여한다.
bicoid와 nanos의 mRNA는 모체 세포로부터 장차 앞쪽 끝이 될 알의 부분으로 알과 몸체 세포 사이에 연결된 세포질 다리를 통과해 확산된다. bicoid mRNA는 Bicoid 단백질로 번역되는데 Bicoid는 전사인자로 알의 앞쪽 끝에서부터 확산되어 알의 세포질 내에서 농도 기울기를 형성한다. 그동안 nanos mRNA는 세포골격에 의해 알의 앞쪽 끝에서 뒤쪽 끝으로 운반된 후 이곳에서 번역된다.
Bicoid와 Nanos 단백질의 작용을 통해 또 다른 단백질인 Hunch-back의 농도 기울기가 형성되는데, 이 단백질은 배아의 앞쪽과 뒤쪽 끝을 결정한다. 애초 hunchback mRNA는 배아에서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지만, Nanos는 hunchback의 번역을 방해함으로써 배아의 뒤쪽 끝에 Hunchback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그 동안 배아의 앞쪽 끝에서는 Bicoid 단백질이 hunchback 유전자의 전사를 촉진하여 hunchback mRNA(와 Hunchback 단백질)을 증가시켜 Hunchback 단백질의 농도 기울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생물학자들이 어떻게 이런 경로를 밝혀냈을까? 이때 사용한 실험적인 접근법을 살펴보자.
- bicoid의 LOF 돌연변이에 대해 동형접합인 암컷은 머리와 가슴이 없는 유충을 만든다. 따라서 Bicoid 단백질은 앞쪽 구조의 발생에 반드시 필요하다.
- 이 bicoid 돌연변이 초파리 알의 앞쪽 끝에 정상적인 유충이 발생한다. 이 실험 역시 Bicoid 단백질이 앞쪽 구조의 발생에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정상적인 알의 앞쪽 부위 세포질을 다른 알의 뒤쪽 부위에 주입하면, 이곳에서 앞쪽 구조가 발생한다. 발생 정도는 주입한 세포질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 nanos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해 동형접합인 암컷의 알은 배 체절이 없는 유충으로 발생한다.
- nanos 돌연변이 알의 뒷부분에 정상적인 알의 뒤쪽 부위 세포질을 주입하면, 이 알은 정상적으로 발생한다.
bicoid, nanos, hunchback이 관련된 사건들은 수정 전에 시작하여 그 후로도 여러 시간 지속되는 다핵체 시기 동안에 계속된다. 이 시기의 배아는 현미경에서 서로 구분되지 않는 핵의 다발로 보인다. 그러나 세포운명이 이미 결정되기 시작하면서 분자 수준에서 상당히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앞쪽과 뒤쪽 끝이 확립된 후, 형태형성의 다음 단계는 체절의 수와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체절혈성유전자
이 유전자들은 Drosophila 유충에서 체절의 수와 극성을 결정하며 배아의 핵이 약 6,000개 되었을 무렵에(수정 후 약 3시간째) 발현된다. 3종류의 체절형성유전자가 차례로 작용하는데 단계가 진행될수록 체절형성은 더욱 세밀하게 조절된다.
- 간극유전자(gap gene)는 앞-뒤 축을 따라 넓은 영역을 조직한다. 간극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체설계에서 빈자리(간극)-유충에서 몇 개의 연속된 체절의 결손을 초래한다.
- 쌍지배유전자(pair rule gene)는 배아를 2개의 체절 단위로 나눈다. 쌍지배유전자의 돌연변이체는 하나 건너 체절이 없는 배아를 만든다.
- 체절극성유전자(segment polarity gene)는 개별 체절의 경계와 앞-뒤 조직화를 결정한다. 체절극성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각 체절 내 뒤쪽 구조가 뒤집어진(거울상의) 앞쪽 구조로 바뀐다.
이들 유전자의 발현은 순차적이다. 간극유전자의 산물은 쌍지배유전자들을 활성화하며, 쌍지배유전자의 산물은 체절극성유전자들을 활성화한다. 이 연쇄반응의 끝에서 배아 전체에 걸쳐 있는 핵들은 자신이 파리 성체의 어떤 체절에 속하게 될지 '알게 된다'
이 연속반응에서 그다음 단계의 유전자 무리는 각 체절의 형태와 기능을 결장한다.
혹스유전자
혹스유전자(Hox gene)는 배아의 세로축을 따라 서로 다른 조합으로 발현되며 각 체절 내 세포운명을 결정하는 전사인자 무리를 암호화하고 있다. 혹스유전자의 발현은 머리 체절의 세포에게 눈을 만들 것을 그리고 가슴 체절의 세포에게 날개를 만들 것을 알려준다. Drosophila의 혹스유전자는 이들이 기능을 결정하는 체절들과 같은 순서로 2개의 무리(cluster)를 형성하며 3번 염색체에 위치한다. 초파리 유충이 부화할 때 유충의 체절은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다. 혹스유전자는 모든 동물이 공유하는 호미오유전자이다. 즉, 혹스유전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로 인해 하나의 기관이 다른 기관으로 대체될 수 있다.
Drosophila에서 모계영향유전자, 체절형성유전자, 그리고 혹스유전자는 상호작용하여 미수정란에서부터 유충을 단계적으로 '만든다'. 혹스유전자가 체절의 정체를 결정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단서는 호미오돌연변이로부터 나왔다. 혹스유전자인 Antennapedia의 돌연변이는 머리에서 더듬이 대신 다리가 생겨나게 하였다.
또 다른 혹스유전자인 Ultrabithorax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정상적으로는 날개가 없는 가슴 체절에 한 쌍의 날개가 추가적으로 생긴다. 따라서 혹스유전자의 정상적인 기능은 체절에게 어떤 기관이 되어야할지 '알려주는'것이다.
Antennapedia와 Ultrabithorax 유전자는 모두 전사인자를 암호화하고 있으며 180개 염기쌍 길이의 서열인 호미오박스(homeobox)를 가지고 있다. 호미오박스는 6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호미오영역(homeodomain)을 암호화하고 있다. 이 단백질 영역은 앞-뒤 축을 가진 다른 많은 동물의 발생 조절 전사인자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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