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은 정보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일련의 하위체계를 온전하게 거쳐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처리적 접근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억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기억은 그 기능이나 정보의 보유기간에서 차별화되는 세 가지의 기억체계로 구조화되어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유입되는 정보는 장기기억에 전이되기에 앞서 일시적이나마 감각 저장고와 단기저장고를 거쳐야 한다.
1. 감각기억
번갯불의 번쩍임이나 뾰족한 침이 손가락 끝을 순간적으로 찌를 때와 같이 감각기억의 정보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원래의 감각 양식으로 유지된다. 감각기억은 시각적 패턴, 음성 또는 촉각적인 형태로 지속될 수 있다. 어떤 유형의 기억이든지 이러한 정보는 단기기억으로 전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를 입증한 것이 스폴링의 실험이다. 그의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50msec 동안 철자 행렬을 제시하였고, 곧이어 고음, 중음, 저음 중 한 가지를 들려주었다. 이 소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상영, 중역, 하여 중 어느 한 열의 철자를 보고하라는 신호의 기능을 하였다. 연구 결과 철자 행렬을 제시한 직후 신호를 주었을 때 가장 정확했다. 그러나 음을 지연시킬수록 지연시간에 비례해서 철자를 보고하는 정확률에 떨어졌다. 이는 영사 기억 저장고나 기억흔적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기억 내의 정보보유량이 항상 고정된 것은 아니다. 또 시각뿐 아니라 다른 감각 양식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한 특징을 지닌 감각기억이 존재하고 있다.
2. 단기기억
단기기억은 저장용량이나 비교적 제한되어 있고, 정보를 20~30초 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기억의 정보도 시연하면 그 이상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를 기억하려면 그 번호를 몇 번 암송하면 될 것이다. 시연은 단기기억의 정보를 재순환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론적으로 재순환 과정은 무한히 반복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방해 자극 때문에 시연 과정이 차단된다. 또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의 전이는 단기 기억고 내에서 이루어지는 시연의 유형에 따라 그 성공 여부도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 재순환 과정은 기계적 혹은 유지형 시연이라고 불리며, 이러한 절차는 장기기억으로의 정보전이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정교 형 시연은 성공적으로 정보의 전이를 이루게 된다. 이 시연에서는 정보가 체계화되고, 이전의 정보와 논리적 연결체계를 형성하거나, 심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등의 매우 풍부한 정보 간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은 기억 전략은 정보의 파지 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기억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1) 저장의 지속성
단기기억에 들어온 정보는 시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빨리 소멸한다. 피터슨과 피터슨은 'GJT'와 같은 세 자음을 짧은 순간 실험 참가자들에게 제시한 후 곧이어 '547'과 같은 숫자를 들려주고 회상 단서가 제시될 때까지 그 숫자에서 계속 3을 빼도록 지시하였다. 회상 단서가 제시되면 셈을 멈추고 제시된 세 개의 자음을 회상하도록 하였다. 자음 제시에서 회상까지의 시간, 즉 파지 간격을 3, 6, 9, 12, 15, 18초로 달리해서 회상량을 검사하였다. 그 결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철자의 파지율은 감소하였고, 18초 후에는 거의 모든 철자를 회상할 수 없었다. 따라서 시연하지 않을 경우 단기기억의 최대 지속 기간은 20~30초로 본다.
2) 저장용량
단기기억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다. 밀러는 자신의 논문에서 단기기억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평균 일곱 개의 수, 문자 또는 간단한 단어를 기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단기기억과 꽉 차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단기기억에서 처리 중인 정보는 새로운 정보로 치환된다. 예를 들어, 10개의 화학성분을 기억하라고 한다면 8 항목은 이전 항목과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피자집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피자의 가격은 얼마입니까?' 하고 물으면 피자의 가격정보가 단기기억 속에 있는 전화번호와 충돌하게 된다. 이처럼 단기기억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과제수행 능력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군집화하면 보다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고 단기기억의 용량도 증가시킬 수 있다. 군집화란 친숙한 자극을 하나의 단위로 묶는 것을 말한다. 철자를 자신과 친숙한 단위로 조직하면 군집화가 쉬워진다. 이미 장기기억에 저장된 친숙성이 군집화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장기기억의 정보가 단기기억으로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은 장기기억에 이미 저장된 정보를 끄집어내어서 단기기억의 정보를 평가하고 이해하는 데 사용한다. 언어적 자료만 군집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간적인 정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숙련된 전자기술자는 복잡한 회로판을 잘 기억한다. 이는 이들이 회로판을 의미 있는 단위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장기기억
장기기억의 정보는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되고 기억용량도 거의 제한이 없다. 장기기억은 감각기억이나 단기기억과 달리 정보를 무한정으로 저장할 수 있다. 또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는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어떤 정보는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장기기억이 단기 기억과는 달리 독립적인 기억 저장고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정보전이
앳킨슨과 시프린은 단기기억의 정보가 시연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전이된다고 하였다. 선더스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20개의 단어 쌍을 제시하고 큰 소리로 시연하게 한 직후에 회상검사를 하였다. 그 결과 각 단어의 회상률은 목록의 위치에 따라 달랐고 U자형의 계열 위치 곡선이 나타났다. 즉, 목록의 중간보다 처음 몇 개 단어와 마지막 몇 개 단어가 가장 잘 기억되었다. 이를 계열 위치효과라 한다. 계열 위치효과는 다시 처음 항목이 더 잘 회상되는 초두 효성과 끝부분에 있는 항목이 더 잘 회상되는 신 근성 효과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이론가는 단기기억 고와 장기기억과 독자적으로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계열 위치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초두 효성과는 장기기억을 반영하는 반면에 신 근성 효과는 단기기억을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즉, 목록의 앞부분에 있는 단어는 다른 단어들보다 더 많이 시연되었기 때문에 장기기억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고 목록 뒷부분의 단어는 단기기억 고에서 처리되고 있어서 회상이 잘 된다는 것이다.
2) 지속성
장기 기억고에 저장된 정보는 거의 영구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망각이 일어나는 유일한 원인은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인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기억이 거의 영구적이라는 주장에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중요한 사건들이 자세하고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섬광기억이 그 증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성인은 숭례문 화재 시 자신이 어디에 있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었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또 다른 증거는 최면을 통한 기억이다. 최면에 걸린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잊고 있었던 초기 아동기의 기억을 아주 자세하게 기술할 수 있다. 최면의 도움을 받아서 잊히었던 기억이 회복된다는 사실은 장기기억의 정보가 영구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신경학자인 펜 필드와 페럿은 간질환자들의 뇌 수술 과정에서 측두엽을 전기 자극한 결과, 환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아주 오래된 사건도 생생하게 기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2.06.01 - [심리학] - [심리학] 스키너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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