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의 유전체 크기는 엄청나게 다양하다. 광범위한 분류학적 범주에 걸쳐, 유전체 크기와 생물 복잡성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작은 세균인 Mycoplasma genitalium의 유전체는 470개의 유전자만을 지니고 있다. 발진티푸스를 일으키는 세균인 Rickettsia prowazekii은 634개 유전자를 지닌다. 반면 Homo sapiens는 약 21,000개의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더 큰 유전체가 항상 더 큰 복잡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작은 단세포성 세균보다 큰 다세포성 생물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더 복잡한 유전적 지시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놀라운 점은 폐어, 도롱뇽, 백합 같은 일부 다세포성 생물이 사람보다 약 40배 더 많은 DNA를 지닌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폐어 또는 백합은 사람보다 40배나 더 복잡하지는 않다. 그런데 왜 유전체 크기는 이렇게 다양한가?
실제로 RNA나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DNA의 부분만 고려한다면 유전체 크기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비록 가장 많은 수의 핵 DNA를 가진 생물(양치류와 꽃식물)이 가장 작은 유전체를 지닌 세균보다 80,000배나 더 많은 DNA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어떤 종도 세균처럼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를 약 100배 이상 가지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유전체 크기의 차이는 대부분 기능적 유전체의 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 비암호화 DNA의 양에 달려 있다.
왜 대부분의 진핵생물 세포는 그렇게 많은 비암호화 DNA를 지니는가? 일부 비암호화 DNA에는 암호화 유전자의 발현 정도나 시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많은 종의 유전체에는 유전자 조절에 사용되지 않는 훨씬 더 많은 비암호화 DNA가 있다. 이런 여분의 비암호화 DNA는 기능이 있는가, 아니면 아무런 기능이 없는 '쓰레기'인가? 비암호화 DNA의 많은 부위는 가짜유전자(과거에는 유전자였지만 지금은 아닌 유전자의 사본)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가짜유전자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새로운 유전자가 진화하는데 원료가 될 수 있다. 일부 비암호화 DNA는 오로지 염색체 구조를 유지하는 기능만 한다. 그 밖의 서열은 숙주 유전체보다 더 빨리 증식하는 '이기적인' 전이인자로 구성된다.
DNA는 단지 시간이 흐른다고 유전체에 축적되지는 않으며, 중요하지 않은 뉴클레오타이드 서열 역시 유전체로부터 소실된다. 일부 종은 매우 다양한 비율로 중요하지 않은 서열을 상실한 결과 그 유전체 크기가 매우 다르다. 연구자들은 역전이인자(retrotransposon)를 이용하여 생물종이 DNA를 상실하는 비율을 추정할 수 있다. 역전이인자는 전이인자 RNA 중간체를 통해 스스로를 복사한다. 가장 흔한 유혀의 역전이인자는 긴말단반복(long terminal repeat, LTR)이라는 각 말단에 중복된 서열을 갖고 있다. 때때로 LTR은 그 사이의 DNA를 잘라내는 방식으로 숙주 유전체에 재결합한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 하나의 재결합된 LTR이 남게 된다. 유전체에서 이렇게 '남겨진' LTR의수는 얼마나 많은 역전이인자가 소실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하와이귀뚜라미(Laupala)와 초파리(Drosophila) 유전체에서 LTR의 수를 비교함으로써, 연구자들은 Laupala가 Drosophila보다 40배 이상 더 느리게 DNA를 소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Laupala의 유전체가 Drosophila보다 훨씬 큰 것은 당연하다.
왜 종들은 기능이 없는 DNA를 획득하거나 상실하는 비율에서 서로 크게 다른가? 하나의 가설은 유전체 크기가 생물의 발생 속도와 관련되며, 이것이 선택압을 받는다는 것이다. 큰 유전체는 발생속도를 낮추어 특정 유전자가 발현될 상대적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유전자 발현 시기의 변화인 이시성(heterochrony)은 표현형에 주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일부 비암호화 DNA 서열이 직접적 기능을 갖지 못할지라도, 이들은 여전히 생물의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다른 가설은 비암호화 DNA의 비율이 주로 집단 크기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생물에게 단지 약간 유해한 비암호화 서열은 집단 크기가 큰 종에서 선택에 의해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될 가능성이 높다. 집단 크기가 작은 종에서 유전적 부동은 약간 유해한 비암호화 염기서열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을 압도할 수 있다. 따라서 비암호화 염기서열을 제거하려는 선택은 집단 크기가 큰 종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세균과 효모 같이 집단 크기가 큰 종은 집단 크기가 작은 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암호화 DNA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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